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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잃었지만 너무나도 담담한 그녀는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나오지 않고 냉정하다 못해 취조실에서 웃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탕웨이의 연기에 반해 '헤어질 결심'을 보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것만큼 연기를 잘해서 이번영화에서도 기대에 부응했던 작품입니다. 탕웨이와 박해일 커플로 모르익은 어른사랑을 보여주는데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

최연소로 경감을 단 예리한 육감과 집요함으로 수사 지능을 갖춘 형사 해준은 중국인 서래에게 남편의 부검사실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려고 할 정도로 세심하지만 남편의 죽음을 지나치게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서래의 모습을 본 후배형사 수완이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지 않을까 의심하자 해준은 수완에게 슬픔이 잉크처럼 퍼지는 사람도 있다고 말할 정도로 애초에 의심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해준은 폰의 패턴을 알고 싶다며 형사로서 사전에 접근하나 서래를 감시하고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녀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해준은 용의자를 친절하게 대하고 립밤, 인공눈물, 크림 등등 필요한 물건을 다 넣을 수 있는 테일러드슈트에 범인을 잡을 때는 방범장갑을 끼고 잡는 타입입니다. 매우 세심한 타입인데... 서래의 다리상처 사진을 찍습니다. 산이 그렇게 싫으냐고 취향에 대해 물으며 관심을 보입니다. 서래가 번역기로 바다가 좋다고 말합니다. 해준이 서래에게 응급실에 간 날 남편에게 맞은 것에 대해 묻자 서래는 응급실에 있던 의사인지 남편이진 확실한 구분 없이 내 이야기를 듣고 울어준'단일한' 한국사람이라고 대답합니다. 예리한 형사 해준은 이 대답을 듣고도 서래의 미소를 보고 따라 웃습니다. 해준은 형사로서의 본분은 잊은 채 서래에게 넘어갔습니다. 시마초밥 모둠 초밥을 시켜주고 서래는 행복감을 느끼며 외투를 벗고 편하게 초밥을 먹습니다. 나중에 해준과 헤어진 뒤에도 시마초밥의 쇼핑백으로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에서 이 두 사람이 불안 없이 좋아 보이는 건 취조실입니다. 해준의 결혼반지를 보고 해준에게 아내가 자기를 염탐하는 것을 알고 있냐고 되묻기도 합니다. 서래는 불법밀입국을 했는데 외조부가 만주 조선 해방군이기에 건국 훈장과 한국국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 받기 위해 남편 기도수가 그녀를 도와주었고 서래의 약점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합니다. 해준은 서래가 엄마를 죽인 기록이 담긴 중국어문서를 근무외시 간에 보내고 서래의 집으로 오라는 문자를 보고 바로 달려갑니다. 서래는 엄마 아픈 엄마를 돌보기 위해 간호사가 되었고 엄마가 원해서 보내드린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기도준의 유서가 나오고 그 유서를 근거로 자살이라고 사건을 종결시킵니다. 경찰후배 수완은 정말로 자살이라고 생각하냐며 그를 다그치고 다른 경찰이랑 다를 게 없다며 해준을 내몰게 됩니다. 해준 또한 자살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더 이상 수사할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없고 오직 서래에게만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해준은 과연 서래의 늪에서 헤어 나와 이성을 찾고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마르틴 베크'

박찬욱 감독은 1960년대 스웨덴의 형사소설 '마르틴베크'시리즈를 참고했다고 했습니다. 평범한 외모를 가진 마틴 백은 아주 우수한 범죄 수사관으로서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승진하고 세련된 업무 능력 및 의사소통력이 있음에도 가족관계는 수사처럼 민첩하지 못하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범죄 수사에 만큼은 진지하게 임하는 경찰 소설의 래퍼런스가 될 정도로 이 영화의 형사 해준과 거의 동일한 캐릭터 설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준은 이 책들을 다 읽었고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도록 영화중간에 책을 보여줍니다. 마르틴베크 시리즈는 패로 발리와 마이새발이라는 부부 작가가 썼습니다. 처음에 줄거리를 30장 정도의 구성으로 만든 뒤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에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 작품자체를 파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의도와 같이 마틴백과 해준을 같은 캐릭터로 만들었지만 해준은 좀 더 인간적이고 세심함이 뛰어난 인물로 표현해서 영화에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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